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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험로 잠깐 시승] 포드 브롱코 4도어 아우터 뱅크스

by 제이슨류닷넷 2022.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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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21일에 포드 코리아가 마련한 ‘포드 브롱코 플레이그라운드’ 행사에 참석해, 행사장에 만들어 놓은 오프로드 체험 코스와 주변 임도를 한 바퀴 돌아봤습니다. 인스트럭터가 동승해 철저하게 안내에 따라 체험 코스 약 15분, 임도 주행 약 25분정도 몰아봤는데요. 제한된 조건에서 잠깐 몰아봤기 때문에 몇 가지 느낀 점만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 현장 여건상 세부 사진을 제대로 촬영하지 못해, 대부분 먼저 열린 발표 행사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에서 캡처한 사진, 보도자료 사진을 넣은 점 양해 바랍니다)

지상고가 조금 높긴 하지만 발판이 꼭 필요하다 싶을 정도는 아니어서, 일반적인 체형인 분들이 타고 내리기에 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실내 공간은 썩 여유 있는 편은 아닙니다. 앞좌석 기준으로는 랭글러 4도어와 비슷한 수준이고요. 수치상으로는 랭글러보다 실내가 좀 더 넓은데, 막상 좌석에 앉아보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운전석 높이를 최대한 낮춘 상태에서 앉아 보니 대시보드 위치가 조금 낮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다행히 전방 시야는 좋은 편입니다. 앞좌석은 넉넉한 느낌은 별로 없고, 앉는 부분의 앞뒤 길이가 조금 짧습니다.

내장재는 썩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디자인과 꾸밈새는 나쁘지 않습니다. 실내에 많이 드러나 있는 플라스틱 내장재는 표면이 조금 투박한 느낌을 주지만 포드의 대중차 기준으로는 아주 질감이 떨어지지는 않습니다. 대시보드 양옆의 손잡이를 비롯해 기능에 충실하다는 느낌을 주는 요소들과 더불어 내장재의 배색이나 구성에서도 재치 있게 꾸몄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만 앞좌석 수납공간은 크기나 개수 모두 조금 부족한 느낌입니다. 글로브 박스, 센터 콘솔 박스 등 기본적인 수납공간들의 크기도 넉넉하다고 하긴 어렵고요. 또한, 도어를 떼어낼 수 있는 구조로 만들었기 때문에 파워 윈도우 스위치는 앞좌석 사이에 있는 센터 콘솔 박스 앞쪽에 비스듬히 배치되어 있습니다. 조작하기는 좀 불편하죠.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아래에 있는 오디오와 공기조절장치 조작부를 제외하면, 전반적인 기능 조절 인터페이스는 조작감과 모양 등의 통일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대시보드 한가운데에 놓인 12인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장단점이 뚜렷합니다. 일단 전방 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디스플레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꽤 유용합니다. 랜드로버의 클리어사이트 그라운드 뷰를 비롯해 몇몇 다른 차들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지만 브롱코는 화면이 크고 가로세로비가 작아서 전방 상황을 파악하기가 더 좋습니다. 특히 보닛 앞쪽 좌우에 플라스틱 부품이 튀어나와 있어 앞쪽 차체 너비를 가늠하기 좋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시보드가 탑승자와 가까와서,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의 화면을 확인하려면 고개를 많이 돌려야 합니다. 기능을 써야하는 상황이라면 느린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중이겠지만, 주의가 분산될 수 있고 정면을 보지 않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려면 신경을 좀 더 써야 합니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더 깊게 배치하거나 전체적으로 대시보드를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과 달리, 계기판은 시인성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계기판에도 대형 LCD 디스플레이가 있어 다양한 정보가 상황에 맞게 크기와 배치가 조절되어 표시되는데요. 그래픽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스티어링 휠의 스포크가 차지하는 영역이 넓어서, 오프로드 체험 코스를 달릴 때 스티어링 휠을 자주 조작하다 보면 계기판에 표시되는 정보가 가려지기 일쑤라 주행 중에 확인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상황에 알맞게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정보가 표시되도록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시승 환경상 일일이 확인하고 설정해보지는 못했습니다.

기어 레버는 I자 방향으로 조작하게 되어 있습니다. 변속은 D 위치 아래의 M 위치로 레버를 옮긴 뒤에 운전석쪽 옆구리에 있는 +, – 버튼을 눌러 한 단씩 올리고 내릴 수 있습니다. 기어 레버 뒤에는 구동 방식과 주행 모드를 설정하는 인터페이스가 있습니다. 둥근 모양 뭉치에 두 가지 설정 사항을 모아놨는데요. 2H, 4H, 4L, 4A로 이루어진 구동방식 선택은 위쪽 표면의 버튼을 눌러서 하고요. 주행 모드 선택 기능에 해당하는 지형 관리 시스템 모드와 G.O.A.T 모드는 테두리 부분의 다이얼을 돌리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느쪽이든 조절할 때마다 계기판에 현재 선택한 모드가 표시되지만, 선택한 위치의 버튼에 불이 켜지는 구동방식과 달리 G.O.A.T. 모드는 계기판에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동계는 4H와 4L 모드를 서로 전환할 때에는 정지 상태에서 기어를 N 위치에 놓아야 하는 파트타임 4WD지만 주행 상황에 따라 2H와 4H 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하는 4A 모드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지프 JL 랭글러와 글래디에이터에도 같은 기능이 있죠.

국내에 판매되는 아우터 뱅크스 트림에는 트레일 툴박스라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트레일 툴박스는 트레일 컨트롤, 트레일 원 페달 드라이브, 트레일 턴 어시스트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트레일 컨트롤은 간단히 말해 험로 주행에 맞춰 조율한 저속 크루즈 컨트롤이고요. 트레일 원 페달 드라이브는 속도 상한치를 정해 놓으면 그 이하 속도에서 액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 자동으로 감속하는 기능입니다.

내리막 속도 제한 기능(힐 디센트 컨트롤, HDC)의 확장판인 셈인데요. 두 기능은 내리막이 이어지는 구간에서 브레이크를 자주 또는 계속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페달 조작 부담이 줄어듭니다. 어느쪽이든 험로 주행 때 운전자의 피로감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죠.

트레일 턴 어시스트는 흥미로운 기능 중 하나였습니다. 급 커브에서 스티어링 회전 각도가 일정 수준 이상 돌아가는 것을 감지하면 회전 방향 안쪽 뒷바퀴의 브레이크를 잠그는 기능인데요. 작동 버튼은 대시보드 위 가운데에 있습니다. 브레이크 제어식 토크 벡터링과 원리는 비슷합니다. 다만 느린 속도로 주행하는 오프로드 환경에서 강하게 효과를 내야 하므로 바퀴 회전이 멈출 정도로 강하게 작동하는 것이 특징이고요.

트레일 턴 어시스트 기능을 활용하면 날카로운 코너에서 차를 돌리기 위해 여러 차례 전후진과 스티어링 조작을 반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잠긴 바퀴를 축으로 거의 제자리에서 회전할 수 있으니까요. 기능 작동은 대시보드 위에 놓인 버튼을 눌러서 하고, 스티어링 휠을 특정 각도 이상으로 돌리면 돌리는 정도에 따라 도는 방향 안쪽 뒷바퀴가 잠기는 정도도 조절됩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상황에 알맞게 자꾸 써 봐야 어떻게 조작하면 얼마만큼 작동하는지 익숙해져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트레일 툴박스에 포함된 기능들은 잘 써먹으면 상당히 편리하긴 합니다. 다만 주행 조건이나 노면 상태를 고려해서 언제 어떤 기능을 써야할 지 판단하는 일은 운전자의 몫입니다. 기능이 세분화되어 있다 보니 상황에 알맞은 기능을 선택해 활용하기가 좀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번거롭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 중 하나는 어수선한 배치 때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트레일 원 페달 드라이브 기능 버튼은 구동방식 선택 스위치 가운데에 있고, 트레일 턴 어시스트 기능 버튼은 대시보드 위에 있습니다. 트레일 턴 어시스트 기능 버튼은 뒤 디퍼렌셜 잠금/해제 버튼과 함께 있는데요. 물리적 구조나 작동 원리를 바탕으로 기능을 배치했다고 이해하면 수긍할 수 있지만 일목요연한 기능 배치가 조금 아쉽긴 합니다.

어쨌든 조작이 번거롭기는 하지만 간단히 손가락만 놀리면 되기 때문에 편리하고, 무엇보다도 험로에서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기능을 잘 숙지하고만 있다면 조금 험한 조건도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운전자의 심리적 체력적 부담은 적을 듯합니다.

전반적 주행 느낌도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도록 만든 차로서는 비교적 편안하고 부드럽습니다. V6 2.7L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은 승용차 기준으로는 비교적 낮은 회전수에서부터 높은 토크를 내는 설정이지만, 저속 중심으로 달리는 험로에서는 비교적 무난한 수준의 토크를 느낄 수 있습니다. 10단 자동변속기도 기어비 간격이 촘촘한 편이지만 낮은 단 기어비가 큰 편이고 저속 기어가 들어가는 4L 모드가 있어 움직임 자체는 그리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스티어링 반응은 랭글러보다는 조금 더 확실하고, 스티어링 계통을 통해 손으로 전달되는 노면 충격과 진동의 크기도 작습니다. 파워 스티어링의 보조 회전력도 너무 가볍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무게가 적당히 실려 차를 다루기 좋습니다.

휠이 험로에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범위(휠 트래블)는 적당한 수준입니다. 체감상으로는 랭글러 루비콘보다는 짧은 듯한데요. 바위가 많은 계곡이나 돌길을 달리지 않는 이상 웬만한 험로는 충분히 달릴 수 있을 듯합니다. 서스펜션의 스프링과 댐퍼의 작동 특성도 꽤 잘 조율되어, 위아래 방향 움직임이 자연스럽습니다. 거친 노면을 지날 때 차체가 위아래로 들썩거릴 때에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이 깔끔하게 충격을 받아내고 풀어냅니다. 오프로드 승차감만큼은 확실히 랭글러보다는 더 편안하네요.

종합해 보면, 지프 랭글러와 성격은 비슷하지만 디자인 차이에서도 알 수 있듯 브롱코는 좀 더 유연한 특성을 바탕으로 부드럽게 오프로드를 달릴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급이나 값을 고려하면 전자장비를 활용해 편리한 기능도 꽤 많이 들어가 있고요. 적어도 같은 험로 코스를 달릴 때 랭글러보다 조금은 피로감이 적으리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진화해 온 랭글러와 달리, 브롱코는 공백기를 거쳐 부활하면서 전에 없던 새 기능을 잔뜩 담았습니다. 여러모로 유용하고 편리한 기능들임에는 틀림없지만, 브롱코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기능들도 많은 만큼 실제 사용 과정에서 오랫동안 별탈 없이 잘 작동할 수 있을지는 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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