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말에 신세대 코란도를 내놓은 지 반년 남짓 지난 8월 말, 쌍용은 코란도 엔진 라인업에 1.5L 직접분사 가솔린 터보를 더했다. 새 엔진은 지난 6월에 아랫급 모델인 티볼리를 통해 먼저 선보인 것으로, 쌍용이 새롭게 독자 개발한 것이다.
엔진은 티볼리에 쓰인 것과 비교하면 최고출력이 163마력에 170마력으로, 최대토크가 26.5kgm에서 28.6kgm으로 높아졌다(티볼리 수동변속기 모델에 들어가는 엔진과는 최대토크가 같다). 국내 동급 SUV에는 대개 배기량 1.6L 가솔린 터보 엔진이 올라가는데, 배기량이 조금 작은 만큼 수치상으로는 거의 비슷하거나 약간 열세다. 그러나 쌍용은 단위 배기량당 성능은 뒤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변속기는 티볼리와 마찬가지로 수동 기능이 있는 아이신 6단 자동이고 디젤 모델과 달리 수동변속기는 선택할 수 없다. 굴림방식은 앞바퀴 굴림을 기본으로 모든 트림에 4트로닉 네바퀴 굴림장치를 선택할 수 있다. 앞바퀴 굴림 모델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ISG(스톱앤고) 기능은 4트로닉 선택 시 빠진다.
기본 트림 구성은 디젤 모델과 마찬가지로 C3, C5, C7로 나뉘지만 중간 트림인 C5에 주요 선택사항을 묶은 프라임과 플러스라는 세부 구성을 더했다. 시승한 차는 C7 트림에 컨비니언스 패키지 II와 프리미엄 시트 패키지 II, 딥 컨트롤 패키지 II가 추가되었다.
실내외 구성은 디젤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전반적 디자인은 티볼리와 비슷한 기본 틀을 바탕으로 길고 넓은 차체를 강조하도록 앞뒤 램프와 범퍼 등 요소들을 손질했다. 차체 형태는 길고 날씬한 분위기면서 각을 살려 단단한 느낌을 준다. 최신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쌍용차 특유의 개성을 강조한 분위기다. 실내는 무난한 T자형 대시보드에 가로 방향으로 굵은 선을 넣어 단순하고 탄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대시보드와 도어 트림에 넣은 조명은 평면적인 실내 디자인 요소에 입체감을 더하고, 계기판에는 10.25인치, 중앙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는 9인치 LCD를 써 화려한 그래픽으로 정보를 표시한다. 기능이나 장비는 풍부하게 갖춰 놓았지만 전반적인 조립 완성도나 조작기능의 세련미는 부족하다. 상위 트림에는 좌석과 도어 트림에 가죽을 쓰고 있지만 나머지 플라스틱 내장재는 재질감이 고급스럽지 않고, 버튼과 스위치, 다이얼의 조작감은 부분별로 다르다.
앞좌석은 쿠션이 약간 탄탄하지만 몸을 잘 잡아주는 편이다. 공간은 앞뒤 좌석 모두 차급에 비하면 넉넉한 편이다. 기어 레버 앞뒤에 배치한 수납공간은 자잘한 물건을 넣기에는 나쁘지 않고, 컵 홀더 크기는 작은 편이지만 도어 트림 포켓을 키워 보완했다. 탑승공간 바닥과 좌석은 차에 타고 내리기 편한 높이이고, 트렁크는 용도에 따라 자유롭게 배치할 수 있도록 바닥 덮개를 앞뒤로 분할해 놓았다. 특히 바닥 아래 공간이 깊고 넓어, 짐을 많이 싣기에도 부담이 없다.
엔진 자체의 특성은 티볼리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다. ‘1.5L 직접분사 가솔린 터보 엔진’이라는 기본적 특성에서 예상할 수 있는 그대로여서, 4기통 엔진의 진동과 직접분사 방식의 소음, 실용 주행 영역에 맞춰 조율한 터보 엔진의 토크 특성을 모두 고스란히 보여준다.
일상적인 주행 때에는 ISG 작동 후 출발할 때 시동이 다시 켜진 후 출발할 때 약간 거칠게 반응하는 것을 제외하면 자연스럽게 속도를 붙인다. 약간 거친 엔진 회전질감은 회전수 변화에도 거의 달라지지 않고 꾸준히 이어지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다만 엔진 회전수가 3,000 rpm 가까이 이르면 배기음의 공명이 자극적일 만큼 강해지기 시작해 4,000 rpm 정도까지 이어지는데, 그보다 회전수가 더 높아지면 거슬림이 줄어드는 대신 가속감이 뚜렷하게 더뎌진다.
그러나 구동계가 주는 전반적 느낌은 느긋하게 달리는 경우에만 거슬리지 않을 뿐, 주행 중 추월하거나 앞 차와의 거리가 벌어져 재가속할 때에는 의도대로 가속을 조절하기가 어렵다. 변속기와의 궁합이 그리 세련되지 못한 탓이다. 물려 있는 기어 단을 유지하며 토크를 살려 가속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갑자기 아랫단으로 내려가거나, 꾸준히 회전수를 유지하며 가속을 이어나가고 싶을 때에 윗단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수동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것 외에는 딱히 해법이 없어 보인다.
한층 더 아쉬운 점은 동력계가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하는 방향으로 운전할수록 섀시의 거친 특성이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는 것이다. 이는 디젤 엔진 모델에서도 거의 비슷하게 느꼈던 점이어서, 동력계 변화가 전체적인 차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고 조율에도 두드러질 만큼 발전이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직진 주행 안정성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차분하고 안정감 있게 달린다는 느낌은 적고, 운전자가 바퀴나 차체 움직임을 읽기 어렵고 노면이 거친 곳에서 충격을 자연스럽게 걸러내는 능력은 부족하다. 특히 커브에서 요철을 만나면 하체와 상체가 엇갈리게 반응하는 경우도 종종 경험할 수 있다. 제동은 비교적 고른 편이기는 하지만 정지 직전 반응은 깔끔하지 않다.
시승차는 앞바퀴 굴림 모델이었는데, 실내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우거나 짐을 싣는 등 차체 뒤쪽에 실리는 무게를 늘리거나, 네바퀴 굴림 모델을 선택하면 그런 특성이 조금은 더 나은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페이스리프트 한 티볼리(베리 뉴 티볼리)에서도 비슷한 느낌이었는데, 이런 특성은 사실 그동안 줄기차게 쌍용 차만 경험했던 사람들에게는 그리 문제가 될 일은 아니다. 과거 쌍용 차들과 비교하면 여러모로 수준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소형 SUV가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할 무렵에 나와 시장 개척자 역할을 했던 티볼리와 달리, 코란도는 이미 여러 세대에 걸쳐 숙성되고 상품성을 탄탄하게 갖춘 차들이 든든하게 포진하고 있는 시장에 경쟁을 위해 뛰어든 차다. 코란도라는 모델에 동력계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분명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력계를 떠나, 동급 경쟁차들로부터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을 만큼의 세련미를 갖추는 것이 쌍용에게는 더 급해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코란도가 속한 중소형 SUV 차급이 소형 SUV와 중형 및 대형 SUV 사이에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거친 특성이 쌍용 차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개성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것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소비자들에게 먹혀들 수 있도록 상품을 기획했어야 바람직하다. 가솔린 엔진이 더해졌지만, 여전히 코란도의 흡인력과 설득력은 부족하다.
제원
쌍용 코란도 1.5 터보 가솔린 C7 2WD
길이x너비x높이 4450x1870x1620mm 휠베이스 2675mm 엔진 직렬 4기통 1.5리터 가솔린 터보 최고출력 170마력/5000~5500rpm 최대토크 28.6kgm/1500~4000rpm 변속기 자동 6단 공차중량 2045kg 최고속도 -(미발표) 0-시속 100km 가속 -(미발표) 복합연비 11.3km/리터 CO2배출량 147g/km 에너지소비효율 4등급 기본값/시승차 2,755만 원/2,945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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